1. 아버지의 양봉과 나의 기억- 꿀벌과 함께한 유년 시절
어릴 적 새벽이면 아버지는 벌통 옆을 서성이셨습니다.
겨울엔 보온을 걱정하고, 봄이 오면 꿀벌이 새끼를 놓아 분봉을 준비하느라 늘 긴장을 하시는 모습이 생각납니다.
양봉이란 단순히 꿀을 따는 작업이 아닙니다.
자연의 주기를 관찰하고, 벌의 생태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생명과의 협업입니다.
아버지는 꿀벌을 "우리 집 식구들"이라 부를 만큼 애착을 가지셨습니다.
이렇게 사람과 꿀벌이 함께하는 세상은 그 자체로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모델이었습니다.
2025년 봄, 영덕을 휩쓴 대형 산불은 그야말로 재앙이었습니다.
벌통 수십 개, 수천 마리의 꿀벌, 그리고 어릴 적부터 함께했던 양봉과 토봉집이 모두 타버렸습니ㅏㄷ.
토봉은 자연 속 나무에 벌이 스스로 만든 집을 가져다 벌을 키우는 전통방식의 양봉을 상징합니다.
토봉에서 나는 꿀은 희소성과 향, 영양 면에서 매우 뛰어납니다.
이러한 토봉꿀이 눈앞에서 잿더미가 되는 모습을 보며 느낀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꿀벌은 생태계의 중추입니다.
세계 농작물의 70%는 꿀벌 등 곤충에 의존해 수정되며, 벌이 사라지면 인간의 식량 구조도 무너질 수 있습니다.
산불로 벌이 사라지면, 그 지역의 야생화 번식도 막히고 결국 숲의 회복 자체작 어려워집니다.
이런 이유로 벌을 지키는 일은 곧 자연을 지키는 일이기도 합니다
2. 벌꿀의 모든 것- 종류, 효능, 제대로 고르는 법
▣ 벌꿀의 종류와 특징
1. 아카시아 꿀
가장 흔하고 대중적인 꿀로 맑고 부드러운 맛을 가지고 있으며 꽃향이 은은하며 아카시아나무의 강한 번식력 때문에
가격도 안정적입니다
2. 야생화꿀
다양한 꽃에서 채밀할 수 있으며, 계절과 지역에 따라 색과 맛이 천차만별이고 항균력과 항산화 물질이 풍부하다고 합니다.
3. 밤꿀
다소 쌉싸름한 맛이 나며 항균력이 강하고 기관지에 좋다고 알려져 있으며 색이 짙고 향이 진해 선호도는 다소
갈리는 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어릴 적부터 약 꿀로 겨울철 즐겨 먹어서 좋아하는 편입니다.
4. 토봉꿀 (자연양봉꿀)
자연 그대로 벌이 만든 집에서 채취함으로 생산량이 적고 희소성이 높아 고가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깊은 맛과 풍부한 미네랄을
함유하고 있으며 천연꿀로 양봉인들에게도 고부가가치의 소득을 안겨주기도 합니다.
▣ 벌꿀의 건강 효능
● 항균 및 항산화 작용
벌꿀 속에는 폴리페놀,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풍부해 세균 억제 및 면역력 증진에 탁월합니다.
● 상처 치유
고대 이집트에서도 상처 치료제로 사용 최근에는 화상치료에 꿀을 활용한 의약품도 등장했습니다.
● 소화 기능 개선
따뜻한 물에 타 마시면 위장을 부드럽게 하고 변비 개선에도 도움이 됩니다.
● 기침 완화와 수면 보조
자기 전 한 숟갈의 꿀은 목을 보호하고 신경을 안정시켜 수면의 질을 높여 줍니다.
▣ 진짜 꿀 고르는 법
● 원산지와 양봉 농가 정보 확인
직접 양봉한 꿀은 대개 병 라벨에 농가명이나 주소가 명시되어 있습니다
● 결정화 여부는 품질과 무관
꿀이 굳는 '결정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이는 포도당이 많은 꿀일수록 빠르게 일어납니다.
● 냄새와 맛으로 구별
인공감미료가 들어간 가짜꿀은 향이 약하거나 단맛이 유난히 길게 나타납니다.
반면, 진짜 꿀은 단맛 속에 씁쓸하거나 꽃 향이 감돌고 입안에서 재빨리 사라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3. 산불 이후, 다시 벌과 함께 걷는 길
산불은 단지 농부 한 명의 재산 피해로 그치지 않습니다.
벌과 벌꿀은 지역 생태계의 순환에 직접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를 지키는 것은 농가뿐 아니라 소비자, 지역사회 전체의 책임입니다
벌을 위해 살충제 사용을 자제하고 야생화 심기와 가꾸기 등 벌 전용 서식지를 조성하여 꿀벌 보호에 힘써야 합니다.
최근 원예치유, 농업치유 분야에서 벌꿀을 매개로 한 치유 활동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벌꿀로 천연 연고 만들기, 양봉장 체험 프로그램, 꿀과 허브를 활용한 아로마 활동 등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맛있는 벌꿀을 생산해 주는 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저도 현재 아버지와 함께 벌을 다시 키우기 위한 준비를 하며, "벌과 인간이 다시 이어지는 자리"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꿉니다.
우리는 꿀벌이 없이는 살 수 없습니다.
하지만 꿀벌은 인간의 선택과 행동에 따라 쉽게 사라질 수 있습니다.
당신이 사는 지역의 꿀을 구입하고, 꽃을 심고, 벌이 쉬어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작고 확실한
실천입니다.
불탄 벌통 위에 다시 날아올 꿀벌을 기다리며...
벌이 날아오르는 모습을 보면 저는 희망을 봅니다.
이번 산불로 많은 것을 잃었지만, 꿀벌과 다시 함께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것은 자연이 우리에게 허락한 또 하나의
시작일 것입니다.
진짜 꿀이 필요하다면, 지역 양봉가를 찾아주세요
당신의 한 스푼이 꿀벌을 살리고 자연을 지키는 힘이 됩니다.
다시 초록의 산과 들 그리고 아름다운 꽃들과 함께 벌과 나비들이 춤추는 아름다운 내 고장의 모습을 하루빨리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