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별이 쏟아지는 보현산 천문대 - 우주의 품에 안기다
영천을 떠올리면 흔히 말 산업이나 와인, 한약재를 떠올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 도시는 '별의 도시'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시나요? 그 중심에 있는 곳이 바로 보현산 천문대입니다. 5월 18일 우리는 새벽 공기를 가르며 이곳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해발 1,124m의 보현산은 이미 정상 부근부터 나무들 사이로 안개가 흐르며 우리를 맞이해 주었고, 천문대에 다다랐을 때 그 웅장한 규모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보현산 천문대는 1996년에 개관한 국내 대표 천문 관측소로, 국내 최대 규모인 1.8m 반사망원경을 자랑합니다.
이곳에서는 일반인도 별자리 관측과 해설을 들을 수 있습니다. 보현산 천문대는 단순한 과학 시설이 아닙니다. 누구나 천문학을 쉽게 접하고, 별의 아름다움에 빠질 수 있도록 꾸며진 복합 우주 체험 공간이었습니다. 일정 때문에 아침 일찍 찾게 된 저희는 대형 망원경과 전시관을 관람하고 장엄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공기 오염도가 낮고, 빛 공해가 거의 없는 지역이라는 모든 조건을 갖춘 보현산 천문대는 맑은 날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맨눈으로도 수십 개의 별자리가 선명하게 펼쳐진다고 합니다.
밤하늘 별을 관측하려면 예약을 해서 체험하면 된다고 합니다. 아이가 어릴 적 '별마루 천문대'에서 밤하늘 관측을 체험에 참여했는데, 눈앞에 펼쳐진 북두칠성과 은하수의 모습은 아직도 진한 감동으로 남아 있습니다. 천문대 입구에 조성된 '별자리 산책로'는 인상적이었으며, 야간 조명으로 꾸며져 있어 밤하늘 별과 함께 길 위에 별도 따라 걸을 수 있다고 합니다. 별 하나하나가 살아 있는 이야기처럼 느껴졌고, 누군가와 별자리를 바라보며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충동도 생길 것 같습니다.
보현산이라는 이름은 불교에서 '보현보살'의 이름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깨달음과 자비를 상징하는 보현보살처럼, 이 산도 우주와 자연의 진리를 품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바람 따라 걷는 다리, 보현댐 출렁다리- 아찔함 속의 감동
보현산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다음 목적지인 보현댐 출렁다리로 향했습니다. 2024년 완공된 이 다리는 영천에서 새롭게 뜨고 있는 여행 명소로, 아찔하면서도 낭만적인 체험이 가능한 곳입니다. 다리 길이만 약 170m, 높이는 수면에서 30m에 달하며, 중간에는 강화유리바닥 구간이 있어 다리를 건너는 내내 스릴과 감동이 교차합니다.
출렁다리에 발을 디디자마자 느껴지는 미세한 흔들림은 처음엔 조금 무서웠지만, 곧 그 출렁임이 오히려 여행의 묘미로 다가왔습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다리가 흔들리고, 아래로 보이는 푸른 보현댐의 수면이 반짝이는 순간, 삶의 무게가 조금은 가벼워지는 듯했습니다.
여기에도 흥미로운 전설이 숨어 있습니다. 옛날에는 이 일대가 가뭄이 심하면 '용이 잠든 곳'이라는 전설을 따라 보현산 계곡에서 제를 지냈다고 합니다. 실제로 보현댐 아래쪽에는 '용소(龍沼)'라는 전설의 샘터가 존재했으며, 지금도 지역 어르신들은 이곳이 기운이 강한 장소라 말합니다.
계절에 따라 풍경이 달라지는 이 다리는 봄에는 꽃향기와 함께, 여름에는 시원한 물안개, 가을에는 붉은 단풍 속에서, 겨울엔 설경 위로 고요히 걸을 수 있는 사계절 명소라고 합니다. 출렁다리에서는 집라인을 산 위에서 내려와 도착하는 곳이 있었지만 지금은 운영을 하지 않는지 모습만 볼 수 있었습니다. 출렁다리를 건너 반대편 댐 주변에는 산책로가 있어 자연을 만끽하며 정다운 얘기를 하며
둘레길을 걸으며 산책을 할 수 있었습니다. 댐 근처에 있는 전망대카페에서 차한 잔의 여유를 가지며 바라본 보현산과 보현댐의 조화는 영천이 주는 평온함에 감탄이 절로 나오는 휴식의 시간이었습니다.
3. 영천을 맛보다 ㅡ 지역의 뿌리와 입맛이 만나는 식탁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은 바로 먹거리일 것입니다. 천문대와 출렁다리에서 별빛과 바람을 품었다면, 이제는 영천의 맛을 품을 차례겠지요! 우리가 찾은 곳은 시래기 정식과 가마솥밥이 일품인 '자연 밥상' 그 자체의 식당이었습니다. 지역 농산물을 아낌없이 활용한 밥상은 정성 그 자체였고, 구수한 된장찌개의 맛은 영천의 들판과 땅의 기운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했습니다.
이 외에도 영천은 와인 도시로도 유명합니다.'영천와인터널'에서는 지역산 포도로 만든 와인을 맛볼 수 있으며, 와인을 활용한 디저트와 안주류도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어 커플이나 친구들과의 코스로도 좋다고 합니다. 지난번 다녀온 '와인 축제'에서 맛보았던 여러 가지 와인들의 맛이 다시금 생각났습니다.
영천은 조선시대 '청통현'으로 불리며, 경상감영으로 가는 주요 교통로 역할을 했던 도시였다고 합니다. 때문에 예로부터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모였고, 음식 문화도 다채로웠다고 합니다. 지금도 영천시장에는 그 흔적이 남아 있어 다양한 향토 음식과 특산품을 경험할 수 있다고 합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마침 '작약꽃 축제'가 열리는 바람에 교통이 조금 지체되었습니다. 형형색색의 작약꽃으로 군락을 만들어 두어 저마다 꽃과 함께 꽃이 되어 즐기기에 충분했습니다. 마을 주민들이 준비한 체험 행사와 조용한 마을의 풍경과 담벼락에 그려진 벽화를 보며 여행의 즐거움이 두 배가 되었습니다.
짧은 하루 일정이었지만, 천문대의 추억을 떠올리며, 물 위를 걷는 듯한 출렁다리도 걷고, 정성 가득 식사를 하며 덤으로 얻은 꽃향기를 맡으며 오감이 모두 충만해지는 기쁨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영천은 단순한 여행지가 아닌, 마음을 쉬게 해주는 도시였습니다.
별빛에 위로받고, 바람에 흔들리며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 그게 바로 진짜 여행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축제일정에 맞추어 영천을 찾아보신다면 여행의 기쁨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될 것 같습니다.